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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연재 - ‘아카데미·오스카’ 이름으로 상표 등록하면 안 될까?

등록일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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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오스카' 이름으로
상표등록 자체는 가능하나
소비자가 원 상표권자와
혼동할 수 있는 경우는 안돼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을 들으며 문득 뇌리를 스친 장면이 있었다. 2014년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였다. 윤여정은 반지를 잃어버렸다가 찾는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반지를 찾았을 때 안도의 포효를 하며 스쳐 지나가듯 한 마디. "여러분 보기엔 이게 우스울지 모르지만 내가 열심히 벌어서 산 내 물건이에요."

자신의 소명에 진정 열과 성을 다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말이자 끝없이 나타나는 역경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내 성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굳이 인생사를 검색해보지 않아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느껴져서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번 수상소감에서 전 세계를 향해서 다시 말한 것이다. 언젠가 나도 아이들 앞에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배우 윤여정씨가 출연한 2014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방송화면 ⓒ유튜브 영상 캡처오스카상이라고 하는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이하 아카데미)에서 수여한다. 아카데미상 트로피는 영화 필름 위에 중세기사가 장검을 들고 서 있는 모양이다. 멋진 디자인이라 오마주나 유사품이 많이 생길 법하다. 찾아보니 역시나. 아카데미는 한국에도 이 트로피 형상과 "Academy Awards", "Oscar" 등을 상표권과 서비스표권으로 등록해뒀다.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면 상표권이고 서비스업의 출처를 표시하면 서비스표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카데미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누구도 한국에서 오스카라는 명칭을 서비스표로 사용해도 안 되고, 등록할 수도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상표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상표권자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해 소비자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카데미의 상표가 등록됐다고 해서 모든 상품에 대해서 그 상표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단, 소비자가 상품에 표시된 상표를 보고 원 상표권자와 혼동할 여지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상표는 특정 상품을, 서비스표는 서비스업을 특정해서 등록하게 되는데, 어떤 것을 지정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아카데미는 한국에도 이 트로피 형상과 "Academy Awards", "Oscar" 등을 상표권과 서비스표권으로 등록해뒀다. ⓒ특허청 캡처당연하게도, 아카데미는 시상식이나 영화 배급 관련 서비스업이나 트로피 같은 상품을 지정해서 등록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 상품이나 서비스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예를 들면, 청정 미역을 판매하면서 'Oscar'라고 표시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상표권 침해라고 할 수 없다. '아카데미에서 미역도 판매하는구나'라고 소비자들이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상표 등록은 어떨까? 가능할까? 2017년 어린이 체험학습진행업과 영화관 상영업 등을 서비스하겠다며 'OSCAR/오스카'라는 명칭으로 상표출원한 사례가 있다. 어린이 체험학습진행업은 등록됐지만, 영화관 상영업은 실패했다. 이렇게 상표나 서비스표는 거의 항상 상품과의 관계를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2012년 한 일반인이 "국제아카데미상"이라는 서비스표를, 그것도 쇼 제작업을 지정해 출원했다. 당연히 등록되지 않았다. 진짜 아카데미상을 빼고 보더라도, 애초에 그 이름 자체가 너무나 일반적인 단어들의 조합이라 누군가의 출처표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문, 예술에 관한 권위 있는 상"이라는 의미의 상표를 쇼 제작업의 누군가에게 독점 사용케 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그럼 아카데미는 "Academy Awards"를 어떻게 시상식 관련 산업에 대해 등록할 수 있었을까. 출처표시 기능이 없는 상표에 출처 표시 기능이 생길 만큼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오스카상이나 아카데미상 같은 것은 이미 한국에서도 너무나 유명해서 상표등록이 돼 있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산업에 대해서는 후속 상표 등록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한국에서도 등록을 받아 놓은 것을 보니 아카데미 분들도 열심히 꼼꼼히 일하시는 분들인가 보다. 윤여정처럼, 아카데미 지직재산 담당자처럼, 나도 열심히 살아서 언젠가 나만의 오스카상을 받아야지.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더 보기 ▶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219&view_type=sm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jwkim@dahsunip.com

[네이버뉴스 기사 링크] [여성신문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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